어느 나라의 이야기 : 페르시아 문학 번역 2

이 글은 실화가 아니며 상당히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도 그건 읽는 분의 착각입니다. 


<이하 기술할 일은 본인이 본인의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 모국의 교수들이 페르시아 문학을 번역하고자 모였다. 마침 이란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때였기에 국가에서 어렵지 않게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 인문학이 죽어간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시기였기에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간주되었다. 예산의 사용처에 대해서 심각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H대와 K대와 Y대 교수들은 이번 기회로 S대에 뒤진 예산을 만회하고 싶어했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두 S대는 별 다른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다른 대학 교수들은 아예 입도 떼지 못했다. 
...
논의의 주제가 '누가 번역할 것인가'에 도달하자 모두들 못마신 차와 담배만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실제로 페르시아 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페르시아에 어떤 문학이 있는지를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대체재로 모두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언어인 영어로 쓰인 영역본을 번역하기로 결정하였다. 
...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하던 D대의 교수 한 사람은 학계에서 암묵적으로 축출되었다. 
...
페르시아 어를 할 줄 아는 (다른) H대 교수는 그 자리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
...
(예산을 달라고 강력히 주장한) H대 교수는 아랍어를 모르면서도 아랍 전문가로 인정받는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


이상의 일이 실제로 벌어진 일인지 아닌지 난 모른다. 그러나 내 선생님이 몹시 분개하셨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실화가 아닙니다. 

덧글

  • Hayyam 2012/04/10 20:56 # 답글

    흥미롭군요. 그나마 요새 아랍어, 터키어, 페르시아어는 구사자 수가 많이 늘어난 거 같아요. 터키어, 아랍어 번역도 슬슬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거 같고.

    근데 인도 쪽은 아직 고전이나 문학 번역사업이 수행가능할 정도로 산스크리트, 팔리, 타밀, 텔루구, 칸나다 등의 고전어나 힌디를 제외한 현대어(물론 타밀, 텔루구, 칸나다 포함), 대표적으로 벵골어나 마라티어 등의 가능자가 그리 많이 늘어나진 못한 거 같네요. '아랍어를 모르면서도 아랍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은 요새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산스크리트를 (읽을 줄도) 모르면서도 인도철학 및 문화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으로 바꾸면 아직도 꽤 많아요.
  • jane 2012/04/10 21:04 #

    거듭 말하지만 저건 실화가 아닙... 쿨럭.

    타밀어는 현재 한국에서 가르치는 곳이 한군데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산스크리트도 동국대에서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산스크리트 어는 생각보다 구사자가 제법 되더라구요. 제 주변에만해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두 명 정도 있거든요.

    '아랍어를 모르면서도 아랍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실화가 아닙니다. 물론 책도 내고 있다고 제가 말을 해도 실화가 아니지요. 더 말하면 저도 목숨이 위험할 것 같으니 절대 실화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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