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왜 하는가 18

 테오프라스토스가 말했듯 세상은 현명함이 아니라 운에 의해 좌우된다. 선택의 순간이 닥쳐오면 대개 선택지는 A 아니면 B, 즉 양자택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A와 B 둘 다 기대되는 결과가 그다지 바람직하진 않다. 무엇보다 A냐 B냐를 결정하는 데 지식은 대체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현실에 대한 대비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즐겁기 위해서 공부한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다. 공부보다 게임이 훨씬 재미있고, 이 사실은 대학원생 대부분이 디아블로 3에 빠져 미쳐 돌아간다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하다못해 트랙킹도 공부보단 재밌다.

 왜 우리는 공부하는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알게 되는데, 그런 사실을 깨닫는 게 '더 나은 삶'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공부가 고통만 더해준다면 공부를 그만두는 게 나은 것인가? 진심으로 알고 싶다.

 어떤 친구가 공부는 종교와 비슷하다고 했다. 헌신한다는 것, 그리고 헌신하는 대상이 대단히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점, 많은 경우 고통만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공부와 종교는 완전히 일치한다. 적어도 종교는 구원을 약속하지만 공부는 그런 약속 따위 없다. 학자는 잘해봤자 상, 메달, 책상 위에 몇 장의 종이 정도로 인생이 압축된다. 그 외 다른 공부도 마찬가지다. 알면 알수록 알지 못하는 걸 절감하게 되며, 차라리 무지의 축복을 받고 싶어진다. 

 도대체 우리는 공부를 왜 하는가. 그냥 현재에 머물면서 삶을 즐기면 안 되나. 나는 그렇게 하질 못하기 때문에 오늘도 에버노트를 킨다.



덧글

  • Allenait 2012/05/31 10:43 # 답글

    영웅은 공부 따원 안하는데 말이죠...
  • jane 2012/05/31 11:08 #

    맞습니다. 공부 따위해도 아무런 소용도 없어요. 다만 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공부를 합니다. ㅠ_ㅠ
  • 이바다 2012/05/31 11:27 # 삭제 답글

    더 배운(학벌이 더 좋은)사람이 취직이나 수입면에서 더 좋아서가 아닐까요. 물론 더 행복하다는 말과는 다르구요.
  • jane 2012/05/31 22:11 #

    행복과 공부는 별로 상관 없는 듯 싶습니다. ^^;; 취직이나 수입면에서 더 좋긴 하지요. 그러나 그걸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큽니다.
  • 띠링띠링 2012/05/31 11:27 # 답글

    공부는 개인의 본능적인 욕구에 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졸업하고나니 공부가 하고싶어 요즘은 안보던 책을 보고 있습니다...그리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지네요. 요즈음 책읽을때마다 흥미진진한게 이런 기분 처음입니다:)
  • Anonymous 2012/05/31 11:55 #

    엇.. 저와 비슷하신거 같아서 난입합니다.
    제가 님과 비슷하게 직장 다니다 공부하고싶어져 대학원갔었는데...

    직장과 대학원의 차이는 하나더군요.
    돈받고 고문당하냐 돈내고 고문당하냐.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전자(직장)이 낫더군요.
  • jane 2012/05/31 22:12 #

    사실 직장과 대학원은 자가고문인지 타인에 의한 고문인지, 두 개 차이밖에 없는 듯 싶을 때도 많은 것 같아요.

    흥미진진한 거 좋지요. 부럽습니다. ㅠㅠ
  • mahina 2012/05/31 11:28 # 답글

    그걸 몰라서 공부하는 거 같아요.
    그걸 알려고 혹은 그냥 모르니까.
  • jane 2012/05/31 22:13 #

    공부한다->모른다->그러니까 공부한다 -> 더 모르게 된다 가 요즘 제 패턴인지라;;; mahina님은 그렇지 않으시길 빌겠습니다.
  • 꿀꿀이 2012/05/31 12:24 # 답글

    공부가 더 재미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 정글고의 불사조처럼
  • jane 2012/05/31 22:13 #

    그건 음... 나름 뭔가 삐뚤어진 사람인건지도...
  • RomanticPanic 2012/05/31 13:29 # 답글

    가끔 지식이 새로운 쾌락을 가져다 주는경우도 있더라구요 앎에 의한 지적 쾌락이랄까
    하지만 이게 아주 아주 가끔이라 힘들죠
  • jane 2012/05/31 22:13 #

    네. 아주 가끔이지요-_-;
  • ㅁㅁ 2012/05/31 13:52 # 삭제 답글

    내가보기엔 공부가즐겁단 사람들은
    그분들대로 변태인거같음
  • jane 2012/05/31 22:14 #

    저도 그렇습니다.
  • 핀치히터 2012/05/31 21:22 # 답글

    대학원생 디아블로에서 빵터졌버요ㅋㅋ 전 지금은 등록금 대주는 엄마한테 미안해서 공부헤요. 근데 100% 자의적이 아니다보니 대학가고 싶어서 공부했던 고딩때보단 성과가 잘 안나오긴 하더라구요^^;
  • jane 2012/05/31 22:15 #

    미안하다는 감정으로 공부하면 글쎄요, 저 개인적으론 무척 힘들더군요. ^^;; 그나저나 핀치히터님 같은 메이저 블로거가 제 블로그에 오실 줄이야. 굽신굽신(...)
  • 핀치히터 2012/05/31 22:32 #

    헉;;; 제가 메이전가요;;; 저도 대학생에 시험기간이다보니 주제가 엄청 공감되더라구요ㅋㅋㅋㅋ 맞습니다, 저도 무척 힘듭니다ㅋㅋㅋㅋ 좀 더 자의적으로 하도록 노력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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