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에 관해 간단히... 7

노예제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리 중 하나는 인간이 상품의 한 종류로서 취급된다는 점, 비인간적인 노동이 수반된다는 점, 노예들 자신이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점 등을 들어 노예제는 절대 악이라고 주장한다. 고개를 끄덕끄덕이게 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강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우리에겐 대학원생이란 노예들이 있지 않은가.

직장인도 상품의 한 종류로서 취급되지만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학원생과 그 차원을 달리한다. "자네 말고도 공부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네" "교수님이 ppt 내일까지 해오라고 하셔... 100장인데..." "야! 너의 뇌세포는 나의 특허품이니 네가 쓴 책과 논문은 내걸 표절한 것이라고!" "나 작년에 60만원 벌었다~ 야호!" 뭔가 좀 익숙하지 않으신가? 대학원생이 흔히 듣는 말들이 저런 것이다. 

예전에 대학원이란 제도가 있는 한 아스텍의 인신공양을 비난할 자격이 현대인에겐 없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건 반쯤 농담도 아니라 절절히 진심을 담아 말한 것이다. 물론 식료품이 되는 사람보다야 나은 대우를 받지만, 대학원에서 진행 중인 '어떤 프로젝트'의 '한끼 식사' 정도의 대접을 받는 건 대학원을 거친 이들이라면 절절하게 공감할 것이다. 또 훌륭하신 교수님께서 역서 한 권을 내기 위해 존재의 모든 걸 바쳐 오늘도 영문을 붙잡고 갈려나가고 있을 대학원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그렇게 대학원생을 자르고 다져 만들어진 책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사람들은 표면상 저자인 교수의 이름만 생각하지 그 뒤에 있는 소리 없는 비명은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는다.

남녀평등이 괴악하게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우리는 대학원생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무성無性적 성이 떠오르는 걸 보게 되었다. 남자였던 대학원생들이 무거운 짐을 지거나 여자였던 대학원생들이 커피를 타는 모습은 아직 성차별이 남아있다는 착각을 떠오르게 만들기 충분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프로젝트 앞에서는 평등히 대학원생일뿐이다. 오늘도 묵묵히 갈려나갈 대학원생을 위해 잠깐 묵념을 합시다.

ㅠㅠ 엉엉 살려줘요

덧글

  • 해색주 2013/11/02 07:59 # 답글

    그런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노땅들이 많다는 것에 얼마전에 알고는 깜작 놀랐지요. 태연하게 저딴 소리를 하면서 자기 자식은 대학원 안갈 것처럼 구는 분들 말이죠.
  • 대공 2013/11/02 11:55 #

    가잖아요. 외국대학원(...)
  • jane 2013/11/02 21:33 #

    외국이나 한국이나 대학원생은 노예일뿐...T_T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선 고생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으신 듯 싶습니다.
  • TOWA 2013/11/02 12:42 # 답글

    제가있던 대학 모 실험실 비공식 노래가 MC스나이퍼의 민초의 난이었다지요<
  • jane 2013/11/02 21:33 #

    민초나 되면 다행이죠...ㅠㅠ
  • 리카아메 2013/11/02 13:55 # 답글

    ㅎㄷㄷ;; 어느 과이신가요?

    근데 석사는 학생이니까 돈을 못버는게 당연할지도
  • jane 2013/11/02 21:34 #

    잉여의 대표 사학과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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